<여인>(1995)은 이세용이 1990년대 서구 현대미술의 화풍을 섭렵하며 초현실주의와 오토마티즘을 차용해 그린 도화(陶畫)다. 실용기로 사용하거나 회화 작품처럼 벽에 걸거나 기대어 놓을 수 있는 대형 작품이다. 중앙부는 붉은색 안료를 칠했다. 붉은 배경으로 검은 여인의 모습을 중앙에 배치했다. 5cm 너비 테두리를 푸른색 환원용 안료로 채운 후 노란색 안료로 구불구불한 유기적 생명체 형상을 엇갈려 배치해 돌려 그렸다. 중앙부 여체는 검은색 바탕을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필치를 강하게 긁어 표현했다. 외벽을 칠한 후 표면이 굳기 전에 긁어서 바탕색이 드러나게 하는 이탈리아 장식기술인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을 응용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과 붉은색, 검은색의 색채, 명암 대비가 강렬하다. 여인은 대체로 가슴과 음부를 확대하거나 강조하여 표현했다. 이 시기 여성은 이세용의 도자, 회화에서 ‘모성’, ‘현대성’ 등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