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2020)는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권대섭 작가만의 미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권대섭은 서양화를 공부했으나, 평면이 주는 한계와 외국의 미술사조 이입에 이질감을 느껴 한국적 미감을 반영할 수 있는 입체작업으로 선회했다. 인사동에서 우연히 마주한 달항아리의 형태와 깊이에 매료되어 조선시대 도공의 자취가 남아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도자의 기본기를 습득했다. 이 작품은 물레성형 후 두 개의 반구를 접합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좌우의 비례가 비대칭이다. 또, 이 작품은 우윳빛의 깊이 있는 백자의 색이 잘 드러났으며 표면의 미세한 점토 입자의 흔적이 빛의 반사에 따른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만든다. 작가는 여전히 백자유(재유)를 사용하고, 장작가마에서 번조한다. 전통 도자 제작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형태에서 미묘한 변화를 만드는 권대섭 작가의 특징이 잘 반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