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영의 〈사면귀합〉(2016)은 전통 기물인 백자합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작품이다. 김익영은 둥근 합의 형태를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하여 뚜껑의 어깨를 각진 선과 면으로 비스듬한 사선으로 처리했다. 그는 뚜껑의 꼭지도 전체 구성에 맞추어 사각형으로 제작했으나 직선이 아닌 전통가옥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아치 형태로 붙였다. 또한, 몸체의 귀(손잡이) 역시 사각으로 제작한 후 처마와 같은 아치를 만들어 기하학적 요소와 유려한 선의 조화를 꾀했다. 작가는 백자토를 사용하여 물레성형으로 합을 제작한 후 나무판으로 두드리면서 형태를 변형했다. 건조 후 작가는 기물의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두께를 칼로 깎아내어 도자기 표면의 각진 면을 표현했다.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앞장섰던 김익영은 도자의 쓰임과 현대적 미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그는 뚜껑과 몸체를 일치시키기 위해 호(號)를 표기로 사용했으며, 귀를 붙여쓰기에 편하도록 고려했다. 더불어 작가는 백자의 백색을 유지하면서도 백자토에 굵은 입자의 점토를 섞어 표면의 다양한 질감을 드러냈으며, 요변에 따른 우연한 표현을 통해 현대적 미감을 살렸다. 〈사면귀합〉은 작가의 독특한 미감과 유약에 대한 다양한 실험적 태도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