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1971)은 초기 권순형의 작품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는 유약의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기면의 색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화병의 형태에서 구연부를 변형했으며 둥근 기물의 어깨 부분 4곳의 유약표현이 돋보인다. 평면 회화와 다르게 입체인 도자는 번조 과정에서 유약이 흐르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계산하여 유약을 제작했으며, 온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는 화학반응을 고려하여 추상화와 같은 표현을 의도했다. 1971년대 제작된 이 작품은 초기 현대 도예의 경향을 엿볼 수 있으며, 회화적 표현에 집중했던 권순형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